늘어난 1~2인 가구, 달라진 음식문화에 판매 급증

주변에서 흔히 보던 채소류가 덩치를 줄이면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맛과 영양 성분이 뛰어나 각종 요리에 폭넓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량을 구매하는 1~2인 가구에서 특히 미니 채소를 많이 찾는다.
작은 크기의 ‘미니(mini)’ 채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아스파라거스는 길이가 일반적으로 150cm에 달하지만 ‘미니 아스파라거스’는 10분의 1인 10~15cm에 불과하다. 양배추, 파프리카, 오이, 가지, 당근, 양파, 호박 등도 마찬가지이다. 크기가 작을수록 더 잘 팔린다. 가격은 일반 채소보다 비싸지만 모양이 신기하고 귀여운 데다 맛과 영양까지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니 채소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유통업체마다 판매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할인점 이마트는 얼마 전부터 일반 오이의 3분의 1 크기인 ‘스낵 오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과자(스낵)처럼 작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저 크기가 작을 뿐인데도 매출 흐름은 심상치 않다. 6월 한 달간 지난해 동월 대비 40% 가까이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일반 오이 매출은 3.3% 증가에 그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인 남성의 엄지손가락만 한 ‘미니 파프리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1.8% 늘었고, 일반 양파의 4분의 1 크기인 ‘미니 양파’는 6월 한 달 매출이 전월 대비 2천300%나 급증했다.

롯데마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처음 선보인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미니 양배추’는 올해 2분기 매출이 1분기보다 358.5%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2월부터 몇몇 매장에서 미니 양배추 판매를 시작했다가 폭풍 같은 인기에 놀라 불과 한 달여 만에 전체 매장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미니 채소는 가격이 싸지도 않다. 희소가치 때문에 1g당 가격은 동일한 종류의 일반 채소보다 약 2배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니 채소를 찾는 이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품종 소량 소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가하는 1~2인 가구가 이 같은 소비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2인 가구의 비중은 2010년 48.1%에서 2014년 52.7%로 상승했고 이 같은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밖에도 미니 채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우선 크기가 작아 손질이 쉽고 먹기도 편하다. 일반 채소에 비하면 수분이 적어 상대적으로 오래 보관해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다양한 색상과 귀여운 모양 덕분에 요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장식으로도 유용하다. 미니 채소를 넣기만 해도 이색적인 요리솜씨를 뽐낼 수 있는 것이다. 휴대와 보관이 간편해 야외에서 활용도가 뛰어나다. 필요한 만큼 살 수 있으니 남는 양이 적어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든다.

품종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맛과 영양성분도 일반 채소보다 월등해졌다. 예를 들어 미니 양배추는 일반 양배추보다 칼륨과 철 등의 무기물이 더 풍부하다. 크기가 줄어들다 보니 영양성분이 응축돼 조리 후 일반 채소보다 영양소가 덜 파괴되는 것도 장점이다. 게다가 단맛이 강해 그냥 먹어도 맛이 있다.

미니 파프리카도 일반 파프리카에 비해 당도가 뛰어나다. 일반 파프리카의 당도는 7브릭스(Brix) 정도이지만 미니 파프리카는 12브릭스 안팎이다. 브릭스는 수치가 높을수록 당도가 높다는 뜻이다. 알파카로틴, 베타카로틴, 루테인 등의 영양성분도 풍부해 눈과 피부건강 개선에 좋다.

성인 새끼손가락 크기의 ‘미니 당근’의 경우 카로틴, 철분 등 함유량이 일반 당근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당근에 비해 달고 식감이 부드러워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

롯데마트 채소 코너의 백승훈 상품기획자는 “미니 채소는 맛도 좋지만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 음식문화의 변화를 선도해가는 이들이 특히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마이더스 – 유진희 기자